2024 젊은안무가창작공연 B조 

제목: 줄무지장

안무가: 김민선

출연자: 김민선, 최시울, 우다윤, 이수정

 

4개월 전에 인상깊게 본 공연인데 당시에도 시간이 없어서 기록을 남기지 못했음.

 

가끔씩 생각나는 공연이었는데 마침 새벽에 눈을 뜬 김에 간단한 기록이라도 남겨야 겠다 싶어서 블로그에 들어왔음.

 

나는 컨템포러리 무용공연을 좋아하고 편견없이 작품을 보고싶은 마음+게으름이 중첩되어서 공연에 참석할 때는 제목이랑 공연포스터 정도만 확인하는 편임.  줄무지장 공연도 사전에 위 공연 포스터랑 제목 정도만 확인하고 관람함.

 

4개월이나 지나서 기억이 좀 희미해 지긴 했지만, 여성 4인무이고 공연 소품으로 손으로 치는 종과 사각형 모양의 등불 같은 걸 손에 들고 춤을 췄던걸로 기억함.

 

사전에 정보 없이 관람해서 한국무용인지도 몰랐는데 공연 중에 움직임을 보니 한국무용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 모두 땀을 흠뻑 흘릴 정도 움직임이 크고 격동적인 춤사위였음. 어두운 조명에 검은색 옷을 입고 춤을 췄는데, 어두운 조명에 검은 옷임에도 손에 든 등불이 포인트 조명 역할을 하며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은거 같음.

 

지금에 와서 공연 홍보 영상을 찾아보니 줄무지장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찾을 수 있었음.

 

'줄무지장'은 줄을 지어 춤을 추며 장례를 치르는 색주가의 풍습.

기생이 죽으면 산 기생들은 가장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즐거운 음악과 춤으로 상여를 따르는 풍습.

 

줄무지장의 뜻을 알게되니, 창작자가 줄무지장을 통해 역승화(化)를 떠올린 이유를 알겠다.

 

역승화(化) 의미를 떠올리며 다시보고 싶은 공연인데 기회가 있을런가 모르겠네.

 

제목: code of engagement(소통의 코드)

안무가: 정혜민

출연자: 정혜민

 

정혜민 안무가의 code of engagement 공연은 올해 3월 경에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봤던 순헌무용단의 2023 창작산실 무용분야 신작  <반가 : 만인의 사유지(思惟地)>이 떠올렸다.

 

 <반가 : 만인의 사유지(思惟地)> 는 프로시니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객이 객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일반적인 공연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이머시브 형태의 관객 몰입형이라는 실험적인 형식의 공연이었다. 공연의 오프닝은 극장의 로비에서 시작되었고, 오프닝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공연장 뒤쪽의 출연자 출입구를 통해 공연자 대기실을 통로 삼아 공연장으로 입장하도록 했다. 통로에는 공연의 주제와 관련된 전시물과 무용수들의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었고, 관객들이 통로를 빠져나와 공연장에 착석하면 피날레 공연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형식의 공연이었다.

 

객석에 앉아서 프로시니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만 봐왔던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이머시브 형식의 공연은 매우 신기해서 폰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마지막 피날레 무대만 제외하고 폰으로 촬영해도 된다는 사전 공지가 있었다.)

 

code of engagement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연이었다. 공연하는 장소도 프로시니엄 무대가 있는 극장이 아닌 갤러리형 카페였다. 공연장 곳곳에는 공연의 소품으로 사용될 설치미술 작품들이 세팅되어 있었는데 입장한 이후에는 갤러리에 온 것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람할 수도 있었다.

 

공연장 안은 크게 3가지 장소로 구분되어 있었다. 공연장의 중간에 공연의 시작과 끝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있있고, 오른쪽에는 방울이 촘촘히 달린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끈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공간에 커다락 원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탄성이 있는 흰색 고무밴드를 4줄 나란하게 바닥과 천장의 고정물을 이용해 사방으로 연결시켜 놓은 공간이었다.

 

처음 입장했을 때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는 각각의 분리된 공간이 고정된 한 자리에서는 다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떤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공연시작이 임박하면 스태프가 의자에 착석하면서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하도록 유도를 한다.

 

공간을 울리는 묵직한 저음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는데, 정혜민 안무가 본인이 직접 무용수로 나서서 공연장 내의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준비된 무대소품들을 활용하여 60여분간의 독무를 선보였다. 이때 관객들도 자리에 앉아서만 관람하는게 아니라 무용수를 따라 다니면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스태프들이 유도를 해준다. 관객은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수도, 무용수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람할 수도 있다.

 

고정된 객석에서 바라다 보이는 제한된 시야에서만 관람하는 기존 극장에서의 틀을 벗어나서 관객 스스로도 이동하며 자신의 보고 싶은 부분을 볼 수도 있고,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도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이동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의 공연이었다.

 

공연 중에 무용수와 눈이 마주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작품에 대한 안무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무가 본인도 공연을 하면서 관객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움직임의 세부 디테일이 달라진다고 한다. 관객도 공연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분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는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내가 공연예술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는 공연예술은 시간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공연장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그 자리에서 실체화 되는 예술이다. 작품의 시작은 창작자로부터 시작되지만, 예술가에 의해서 작품이 무대 위에서 실체화 되고, 공연장에서 예술가에 의해 실체화된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시점에서 완성되는게 공연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고 인간의 유한한 존재이기에 공연예술에서 같은 작품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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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안무가: 박지혜

출연자: 정다은, 조다희, 유기량, 김재은, 정단비, 정다영, 윤승민

연주자: 정보영, 장우리, 이현진

 

시간이 갑자기 비어서 볼만한 무용공연을 찾아보다 집에서 가까운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리는 무용공연이 있길래 예매한적이 있었음. 당시에는 공연장 입장 전까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제목이랑 무용공연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갔는데, 공연을 보다가 무용수들의 스텝을 보고 한국무용이구나 하고 알았을 정도.

내용을 알고 간건 아니었지만 마침 GV까지 있는 날이라 공연 끝나고 창작자와 출연진의 작품에 대한 의견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한국춤에도 컨템포러리 장르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공연.

공연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으면, 보통 인스타에 다음 공연 정보를 올려주기 때문에, 창작자의 인스타를 팔로우 해놓는다. 어느 날 창작자 인스타에서 신작을 무료로 초연한다 길래 얼른 신청했다.ㅋ

입장할 때 나눠준 프로그램북을 보니 무용수는 이전 공연과 동일한 멤버에 LDP에서 활동하는 윤승민 남성무용수가 객원으로 추가되었고, 연주자 중에서 이현진 피아니스트의 경우 독주회랑 탱고공연에 참석해서 연주를 들어본적이 있는 분이었다.

공연장소가 특이했는데 성수에 있는 언더스탠드 아트에비뉴라는 다목적 문화공간이었다. 프로시니엄 무대를 가진 극장이 아니라 갤러리에 가까운 사각형 공간이었다. 공간의 가운데에 무대를 만들고 객석은 무대를 3면으로 둘러싸고 연주자들은 무대 뒤쪽에 자리를 잡은 형태로 공연장이 세팅되었다.

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등장도 객석의 뒤의 문을 통해 객석을 지나서 이루어졌고, 일부 무용수는 미리 들어와서 객석에 앉아있다가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무대 아래 객석에서 공연을 올려다 보는게 아니라 무대 위에 세팅된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한국무용 공연을 보다보면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데, 여성의 춤이 아름답지만 남성 무용수만큼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윤승민 현대무용수가 멤버로 들어와서 남성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역동적인 독무를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은 공연장에서부터 새로운 멤버까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이 프리미어 공연인거 같으니까 더 업그레이드해서 내년에 정동극장이나 대학로극장에서 올라오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귀한 공연을 심지어 무료로 보게되어 귀가길이 매우 즐거웠음~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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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안무가: 지우영

출연자: 강준하, 김순정, 박희태, 김인선, 김형민, 스테파니 킴, 정민찬, 이하생략(너무 많아서...)

 

무용 공연을 보기에 최고라 할 수 있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라오는 발레 공연이라 묻지마 예매함.

 

대학로예술극장+발레공연 버프는 강력했다.ㅋ 게다가 한 때 연예인으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킴이 주역으로 출연한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다. 작품의 주제가 주제다 보니 현재는 교수나 예술감독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분들도 무용수로 다수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안무가인 지우영 안무가는 여러모로 대단한 분인거 같다. 예전에 발달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가 직접 예술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었는데, 그 뉴스의 주인공이 이제보니 바로 지우영 안무가였다. 예술분야 창작활동만 해도 쉬운게 아닌데 발당장애,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교육기관까지 운영하고 있는 분이셨다. 진짜 대단함.. ㄷㄷ 그야말로 걸크러시 슈퍼우먼 그 자체.

창작 작품은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작년에 관람한 2023젊은안무자창작공연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아서 올해도 관람함.

 

1) White Door 안무가: 윤지후

회상,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주제이 맞춰서 관객이 공연 순서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느낌?

 

2) Dependence 안무가: 송진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

개인적으로 오늘 공연 중에서는 베스트픽.

올해도 관람하길 잘했다. ㅋ

 

3) 불협화음 안무가: 박세진

박세진 님은 작년에 이마드리드님 공연에서 출연자였는데 올해는 창작자로 찾아오셨네.

공연소품으로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4방향 레이저레벨기를 활용하고 코믹한 연출도 틈틈히 있던게 기억남.

 

 

 

오우야 뭔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갔다가 깜짝 놀랬던 작품.

 

공연 프로그램북 잘 안사는데 공연보고 나오면서 프로그램북까지 사서옴...

 

주역들은 말이 필요없을 만큼 잘하시는 분들로 캐스팅 되었고,

 

광복군과 일본군의 전투씬을 발레리노들의 역동적 군무로 연출했는데, 전투씬을 발레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

 

발레리나 군무 중에서는 플리세츠카야 점프 동작이 인상적이었음.

 

공연시작 전에 간단한 해프닝이 있었음. 무대의 경계를 표시해주는 바닥 LED등을 입장하는 관객이 차버리는 바람에 무대 안으로 들어가버렸는데 본인이 직접 원위치 시킴.

 

남자 무용수 2명의 피지컬이 대단해서 놀라왔던 팀.

 

김소혜 발레리나의 앙오 쉐네 턴도 대단히 인상적.

 

<연주자>
비올라 이기헌
피아노 강세라
 
<프로그램>
작곡가: George Enescu

Konzertstück for Viola and Piano


작곡가: York Bowen

Phantasy for Viola and Piano Op. 54

 

<인터미션>

 

작곡가: Manuel de Falla 

Siete canciones populares españolas, versión para viola y piano

1. El paño moruno(무어인의 옷감)

2. Seguidilla murciana(무르시아 지방의 세구이딜랴)

3. Asturiana(아스투리아스 지방의 노래)

4. Canción(노래)

5. Polo(폴로)

6. Nana(자장가)

7. Jota(호타)

작곡가: Paul Hindemith

Viola Sonata Op. 11, No. 4 

 

<앙코르>

작곡가: Claude Debussy

Beau soir(아름다운 저녁)

 

<Epilogue>

현악 4중주 같은 실내악 합주에서 비올라의 연주를 들어보긴 했는데 비올라 단독 연주를 들어본 적은 없어서 비올라 단독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서 이번 연주회에 참석하였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음색은 단독 연주로 많이 들어봤지만 비올라는 그런 경우가 드믈어서 비올라의 독주를 들어보고 싶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관객으로서도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연주회 내내 이기헌 비올리스트와 강세라 피아니스트의 호흡이 대단히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2부 첫 번째 프로그램의 5번 곡 Polo에 이르러서는 두 분은 절대 1~2개월 같이 연습하고 호흡을 맞춘 사이는 아닐 거 같다는 느낌이었다.

문득 프로그램북을 다시 펴보니 프로그램북의 표지에 나무 2그루 그림도 그렇고 뒷장에 두 분이 같이 찍은 프로필 사진도 그렇고 두 분이 부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끝나고 찾아보니 두 분은 실제 부부가 맞았다.

 

음악을 듣고서 두 분의 관계가 유추된다는 것이 관객 입장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음악에 정말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는 걸 체험했다고 할까? 음악에서 보여준 거 같이 두 분은 서로 정말 잘 맞는 커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외로 이번 연주회의 또 다른 특징은 관객들이었다. 보통 연주회 가면 인터미션 시간에 볼일 보러 잠시 나가거나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연의 관객들 서로 열띤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내 좌측에 앉은 분들은 음악 하시는 분들인지 악기의 위치, 프로그램의 순서, 작곡 방식 등 음악회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 앉은 분들은 미술을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미술에서는 창작의 고통이 크긴 하지만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거나 다시 그려서 최종 결과물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반면에 음악은 현장에서 시연을 해야 하니 예술가 입장에서 실수에 대한 압박감이 훨씬 클 거 같다는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음.. 말이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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