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code of engagement(소통의 코드)

안무가: 정혜민

출연자: 정혜민

 

정혜민 안무가의 code of engagement 공연은 올해 3월 경에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봤던 순헌무용단의 2023 창작산실 무용분야 신작  <반가 : 만인의 사유지(思惟地)>이 떠올렸다.

 

 <반가 : 만인의 사유지(思惟地)> 는 프로시니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객이 객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일반적인 공연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이머시브 형태의 관객 몰입형이라는 실험적인 형식의 공연이었다. 공연의 오프닝은 극장의 로비에서 시작되었고, 오프닝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공연장 뒤쪽의 출연자 출입구를 통해 공연자 대기실을 통로 삼아 공연장으로 입장하도록 했다. 통로에는 공연의 주제와 관련된 전시물과 무용수들의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었고, 관객들이 통로를 빠져나와 공연장에 착석하면 피날레 공연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형식의 공연이었다.

 

객석에 앉아서 프로시니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만 봐왔던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이머시브 형식의 공연은 매우 신기해서 폰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마지막 피날레 무대만 제외하고 폰으로 촬영해도 된다는 사전 공지가 있었다.)

 

code of engagement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연이었다. 공연하는 장소도 프로시니엄 무대가 있는 극장이 아닌 갤러리형 카페였다. 공연장 곳곳에는 공연의 소품으로 사용될 설치미술 작품들이 세팅되어 있었는데 입장한 이후에는 갤러리에 온 것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람할 수도 있었다.

 

공연장 안은 크게 3가지 장소로 구분되어 있었다. 공연장의 중간에 공연의 시작과 끝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있있고, 오른쪽에는 방울이 촘촘히 달린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끈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공간에 커다락 원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탄성이 있는 흰색 고무밴드를 4줄 나란하게 바닥과 천장의 고정물을 이용해 사방으로 연결시켜 놓은 공간이었다.

 

처음 입장했을 때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는 각각의 분리된 공간이 고정된 한 자리에서는 다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떤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공연시작이 임박하면 스태프가 의자에 착석하면서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하도록 유도를 한다.

 

공간을 울리는 묵직한 저음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는데, 정혜민 안무가 본인이 직접 무용수로 나서서 공연장 내의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준비된 무대소품들을 활용하여 60여분간의 독무를 선보였다. 이때 관객들도 자리에 앉아서만 관람하는게 아니라 무용수를 따라 다니면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스태프들이 유도를 해준다. 관객은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수도, 무용수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람할 수도 있다.

 

고정된 객석에서 바라다 보이는 제한된 시야에서만 관람하는 기존 극장에서의 틀을 벗어나서 관객 스스로도 이동하며 자신의 보고 싶은 부분을 볼 수도 있고,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도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이동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의 공연이었다.

 

공연 중에 무용수와 눈이 마주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작품에 대한 안무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무가 본인도 공연을 하면서 관객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움직임의 세부 디테일이 달라진다고 한다. 관객도 공연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분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는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내가 공연예술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는 공연예술은 시간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공연장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그 자리에서 실체화 되는 예술이다. 작품의 시작은 창작자로부터 시작되지만, 예술가에 의해서 작품이 무대 위에서 실체화 되고, 공연장에서 예술가에 의해 실체화된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시점에서 완성되는게 공연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고 인간의 유한한 존재이기에 공연예술에서 같은 작품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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