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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연주 모음

Der Erlkonig(마왕) - F.Schubert - 소프라노 이종은

by mericrius 2022. 7. 19.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슈베르트의 마왕.

 

이 노래에는 이야기하는 사람, 공포에 떠는 아이, 그 아이를 안고 말을 달리는 아버지, 아이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는 마왕 이렇게 4명의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 4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 내야 한다.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하는 사람은 상황에 맞는 분위기의 목소리로, 아들을 안심시키려는 아버지는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겁에 질린 아들은 높고 연약한 목소리로, 아들의 영혼을 빼앗기 위해 유혹하는 마왕은 처음에는 부드럽게 속삭이듯이 하다가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에는 무서운 목소리로 노래해야 한다.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 4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 내야 하는데 아이를 제외하면 하나 같이 여성의 목소리로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이다. 여성 성악가 중에서는 주로 메조소프라노들이 연주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여성 연주자가 소화하기 굉장히 어려운 노래라고 생각한다.

 

위 영상에서 이종은 소프라노는 여성임에도 남자 성악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파워로 마왕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대단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무려 10년 전의 영상에다 독창회 실황 녹화다 보니 마이크가 연주를 100%의 퀄리티로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음에도 연주자의 기량이 대단하단 걸 알기에 충분하다.

 

해외 여성 성악가 중에서는 Jessye Norman의 신들린 듯한 마왕 연주가 유명하다.

 

남성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여성이 표현해내는 건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테너와 바리톤에게 꽃의 이중창 같은 노래를 표현해보라고 하면 어떨지 상상해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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